언어학의 숲

삶을 그리는 즐거운 언어학.

  • 2024. 5. 9.

    by. banana.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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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스팅에서는 프랑스 맥주 산업과 전통 맥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 에펠탑
      프랑스 맥주 산업 이야기

       

       

      프랑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개중엔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 가본 적이 없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프랑스는 더없이 친근한 곳으로 느껴집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저마다 프랑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는 파리와 에펠탑으로, 여성들은 패션과 향수로, 영화광들은 레오 까라와 누벨이마주로 그리고 드물게는 68혁명과 좌파 등의 급진주의로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는 프랑스가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적 상징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프랑스는 미식가의 식탐을 자극할 만한 고급 요리와 색이 고운 와인이 떠오릅니다. 대부분의 프랑스 요리는 요리 화보나 잡지의 좋은 눈요기로 제공될 만큼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요리입니다. 서점가에는 와인에 대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고급 양장에 비싼 종이를 써서 외형도 화려하고 값도 비싸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면 프랑스 와인에 대한 관심이 어지간히 높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프랑스 역시 맥주에 대해 뿌리 깊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의 선조 격인 갈리아인은 라틴어로 에일을 뜻하는 세르보아즈(cervoise)의 위대한 양조가였습니다.

       

      맥주
      프랑스 맥주

       

      프랑스의 맥주 전통

      프랑스에서 언제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와인보다 한참 전부터 만든 것만은 분명합니다. 포도나무가 심어지고 와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건 로마인들이 이곳에 들어온 기원전 1세기 무렵이었습니다. 맥주와 와인, 이 두 가지를 프랑스인들은 상호보완적으로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자는 포도 수확이 좋지 못할 때 맥주가 와인을 대신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20세기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프랑스 전역에는 약 3000개의 양조장이 맥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와인의 대체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이지만 프랑스에서의 맥주의 위상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맥주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독일이 오늘날 어림잡아 1270개의 크고 작은 양조장들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좋은 성적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나 농가 단위로 운영되는 소규모 양조장으로 농장에서 일하는 식솔들을 위해 맥주를 만들었다. 한 여름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맥주인 만큼 갈증을 풀어주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오렌지 과즙 같은 상쾌한 신맛에 당(sugar)이 맥주에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풀바디(full body)의 맥주였는데, 이것들은 보통 겨울, 늦게는 봄에 만들어서 저장했다가 여름에 마신 까닭에 비에르 드 가르드(biere de garde) 또는 쎄종(saison)으로 불립니다. 비에르 드 가르드는 저장맥주를, 쎼종은 계절 혹은 절기(season)를 의미합니다.

       

      프랑스의 맥주 산업

      농촌에 뿌리박은 소규모 양조장들은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의 결과로 거대 양조장들이 등장하면서 영세한 양조장들은 수백 개씩 문을 닫아야만 했는데 1870년대부터 1945년까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있었던 세 차례의 전쟁은 그나마 남아 있던 양조장들마저 휩쓸어 버렸습니다. 거대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맥주 산업이 어떤 길로 나아갔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지역마다 손떼 묻은 기구들과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던 맥주는 북부의 공장들을 중심으로 첨단 기기와 현대적인 제조 공정, 철저한 위생관리와 품질관리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전통 맥주는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었고 세계적인 유행을 좇아 황금색 라거로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흙냄새와 지역 고유의 특징이 거세된 프랑스 맥주는 이제 전통 음료로서의 명성을 와인에 넘겨주어야만 했고, 와인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일한 전통 음료로 자리를 굳힌 것은 이때 이후입니다. 2000년 현재 프랑스의 양조장은 20개이고 총생산량과 총소비량 면에서 EU 내에서 각각 5위와 4위를 차지합니다. 맥주 산업의 규모가 여전히 작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맥주
      프랑스 맥주

       

      전통의 부활, 새로운 도약

      요즘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선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맥주를 와인보다 선호하는 분위기인데 여기에 혹자는 프랑스의 강력한 음주 운전 단속 때문이라는 주석을 달기도 합니다. 내수 침체와 함께 최근에는 칠레산 와인 같은 저가 와인 공세에 수출마저 위축되자 와인산업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성급히 프랑스 맥주 전통의 부활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로섬이 아닌 이상 와인의 쇠퇴가 맥주 산업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프랑스 맥주 산업의 저력과 역동성은 그 역사와 전통에 이미 내재해 있습니다. 비에르 드 가르드의 일종인 듀익(Duyck)의 젤랑(jenlian)이 거둔 국제적인, 상업적인 성공은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젤랑의 성공은 무엇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통을 되돌아보게 했고 그 산지인 북부의 노르파스칼레를 미래의 맥주 산업의 중심지로 주목받게 했습니다. 현재는 10여 개의 업체가 비에르 드 가르드를 생산하며 맥주 애호협회와 같은 소비자 단체로부터 열정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고유의 맥주 맛이 되살아 나고 우리나라에도 소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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