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의 숲

삶을 그리는 즐거운 언어학.

  • 2024. 5. 7.

    by. banana.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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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포스팅에서는 세계 맥주 이야기, 맥주의 나라 독일의 맥주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함부르크
      독일의 맥주 문화

       

       

      맥주의 나라, 독일. 그 이름에 걸맞게 독일의 맥주산업 규모는 유럽 최고를 자랑합니다. 생산량과 소비량뿐만 아니라 직접고용인구와 간접고용인구에서도 유럽 1위, 양조장 수는 1997년 미국에 의해 추월 당하기까지 세계 1위였습니다. 하지만 수출은 생산량의 9.8%로 유럽연합 평균인 13.9%에도 미치지 못하며 와인으로 유명한 이웃의 프랑스가 12.6%인 것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입 역시 전체 소비량의 3.1%에 불과합니다.

       

      독일의 맥주 문화

      독일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10초안에 답하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히틀러를 말하지 않을까요? 나치에 대한 역사적 기억이 독일을 강하게 옭아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일인하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관료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며 대중매체를 통해 재생산되는 독일의 과거 역시 그런 이미지를 증폭시킵니다. 하지만 불행한 과거가 만들어내는 왜곡된 이미지와는 달리 독일이 인간의 이성과 사회 공동의 선을 중시하는 건전한 사회란 점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울러 각 지방마다 고유한 전통과 정체성이 살아 숨쉬는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독일의 맥주문화는 이러한 독일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을 한쪽에 자리잡은 작은 양조장과 거기에 딸린 작은 술집은 독일인들이 일상적으로 맥주를 만들고 마시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독일 맥주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원천이자 상징입니다. 1200여 개에 달하는 이런 양조장들에서 독일 맥주의 자랑이자 세계 맥주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지는데, 약 12개 가량의 고전 스타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양조장마다 고유한 원료와 제조방법 그리고 하우스이스트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변형까지 고려하면 맛의 스펙트럼은 보다 넓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각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맥주 축제는 독일의 맥주산업과 문화의 성숙을 그리고 맥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beer
      독일의 맥주 산업

       

       

      남부의 맥주산업 :: 작은 것들이 아름답다

      독일의 양조장들은 '작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때때로 란트브라우에라이로 불리는 마을양조장으로 양조장에 선술입이 딸린 형태로 운영되는데 여기에 레스토랑과 숙박시설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마이크로양조장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맥주의 생산과 소비는 마을양조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끝나는 폐쇄적인 구조를 띠는데 이들 마을양조장들이 지역 맥주 더 나아가 독일 맥주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함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특히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마을양조장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데, 이는 지역 맥주가 가장 최상이라는 믿음과 함께 가장 신선하다는 평가에 근거합니다. 남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을양조장들은 바바리아에서만 약 670여 개, 그 가운데 230여 개가 가장 양조를 많이 하는 프랑코니아 지방에 몰려 있고, 소규모의 양조장들이 만드는 남부의 풍경과 달리 함부르크와 브레멘 그리고 좀더 서쪽의 도르트문트, 뒤셀도르프, 쾰른을 포함하는 독일 북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북부에는 남부보다 수는 훨씬 적지만 큰 양조장들이 많습니다. 생산량은 남부의 거의 2배에 가까우며 독일의 주요 양조 그룹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부는 14세기경 한자동맹 이래 상업적 양조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데, 이런 까닭에 상업적인 경쟁과 기업가적 정신에 익숙합니다. 오늘날 독일 내에서도 맥주의 고장으로 불리는 바바리아가 17세기 초 30년전쟁 이전만 해도 주로 포도주를 생산하던 것을 뒤바뀐 위상이 재미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거대 양조그룹이 맥주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실정과는 달리 독일에서 이들 양조그룹들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전국적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그룹조차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지 못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인 바스타이너 브랜드 역시 5% 미만을 점유할 따름입니다. 기업가와 마케팅 전문가가 만든 맥주보다 양조쟁이가 만든 지역 맥주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종교적 원인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북부가 일찍이 프로테스탄티즘을 수용한 반면 남부는 카톨릭을 고수했기 때문에 보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거기에 산업적 자연적 조건을 함께 언급하자면 북부가 도시의 발달과 함께 해상무역 및 공업을 통해 외부와 접해왔다면 남부는 내륙의 고립된 환경에서 농업 중심의 산업을 영위했기 때문에 보다 완고한 면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남부, 특히 바바리아는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으로 꼽히는데, 보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바바리아의 나머지 지역과도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프랑코니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프랑코니아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작은 양조장들을 볼 수 있는 곳인 것은 이들의 보수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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